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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무지=우리들의 무지=현재 포경수술 현황

 

  어떻게 남한은 세계 유례없는 포경수술 양상을 띄게 되었으며,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누구의 책임일까요? 간단히 말해서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포경수술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들도 무지의 희생자들입니다. 이러한 무지는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요?

  말할 필요 없이 배운 사람들, 사회 지도층, 그 중에서도 의사들입니다. 의사들의 무지는 우리 국민 모두의 무지와 다를 바 없으며 그렇다고 크게 그들의 잘못도 아닙니다. 우리 국민이 국제화 시대에 일본, 캐나다, 호주, 유럽의 포경수술 역사와 현실을 전혀 몰랐다면 이것은 의사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우리가 필리핀을 따라갔다고 해서 그것이 의사들의 잘못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의사들보다 더 잘 알기는 힘들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사들의 포경수술에 대한 상식을 조사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02년 영국 비뇨기 학회지에 발표된 저자들의 논문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한국의 포경수술은 단순한 무지와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그럼 어떤 무지와 실수였을까요? 바로 미국만 보고 선진국은, 특히 백인 남성들은 모두 포경수술을 하는 것으로 오해/착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단순한, 그렇지만 이해할만한 실수가 현재의 엄청난 상황을 가져온 것이죠. 자 그럼, 위의 결론들이 어떻게 도출되었나 한번 살펴볼까요? 일단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267명의 개업의에게 던졌습니다:

(1) 스웨덴과 덴마크의 포경수술 비율은 얼마일까요? 여러분에게 (1)번 답을 먼저 말씀드리면, 앞장에서 이미 아시겠지만 스웨덴과 덴마크의 포경수술 비율은 약 1에서 2% 정도입니다. 이것도 그 나라에 사는 상당수의 이슬람교도들이 포함된 숫자입니다. 그렇지만 이 질문을 받는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볼 때 의료 선진국이며 복지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는 당연히 포경수술을 많이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 보니 사지선다형인데도 답을 맞춘 의사는 전체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 북유럽 선진국들의 포경수술 비율이 50%~90%가 넘는다고 대답한 의사들이 반 이상이었습니다. 이 질문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고, 선진국, 특히 백인남성들은 모두 포경수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한국, 일본, 북한, 중국 중에서 포경수술 비율이 50%를 넘는 나라는? 이 질문에 대하여서도 놀랍게도 의사들은 대부분 한국, 일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못사는 북한 중국은 포경수술을 할 리가 없고, 상대적으로 잘사는 한국, 일본은 포경수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정답은 우리나라만 포경수술을 한다는 것이지요. (1) 번과 (2)번의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선진국은 포경수술을 하고 후진국은 안하나보다 정도의 매우 유치한 수준의 오해가 드러납니다. 이러한 오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어렴풋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으로 가려는 노력, ‘잘살아보세’의 구호들이 묘하게도 포경수술과 연결지어질 수 있게 됩니다. 즉,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의 비정상적 포경수술 증가는 산업화, 잘살아보세와 무관할 수 없으며, 슬프게도 이게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미 앞장에서 포경의 정의와 언제 포경수술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포경의 정의를 잘 모르면 당연히 포경수술이 필요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포경의 정의에 대한 의사들의 인지도를 조사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3) 포경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미 포경의 정의가 포피와 귀두가 분리가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앞장에서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포경을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평소에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말입니다. 이걸 볼 때 포경의 정의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또한 포경수술의 열풍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멀쩡한 사람을 보고,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렇게 잘못된 포경의 정의를 가지고 있으니, 다음의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죠:

(4) 성인이 되어서도 포경일 확률은? 우리는 이미 만 21세가 되어도 포경인 경우 수술이 필요하며, 이런 분들이 전체 인구의 약 1~2%라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하여 40%이상이라고 대답한 의사 분들이 80%가 넘었습니다. 1~2%라고 대답한 분은 16%에 불과했어요. 사지선다형인데도 말이지요.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성인이든, 어린아이든 포경수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왜 단순한 오해가 한국을 세계 제 1위의 역사에 전무후무한 포경수술 대국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의사 선생님들이 포경수술에 대하여 배웠던 것은 한시간도 채 안되며 교과서 반페이지를 차지하는 내용이며 그나마 예전에 미국에서 쓰여진 내용을 여기저기 발췌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한국 비뇨기학회 공식 교과서에도 포경수술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자진의 희망에는 100명에 한명꼴로 필요한 것을 지적해주기 바라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상황이 성숙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의사 선생님들과 일반인들이 포경수술의 역사, 현황, 문화적 배경 등에 대하여 알게 되면서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